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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함 - 나의 고민

[고민] 나는 언제쯤 만족을 할까?

by 디짱먹자 2024. 4. 28.

2년차 디자이너가 되다
22년 5월 말 졸업 전시회가 끝나고 그 때부터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시작했다.
졸업하기 직전이 돼서야 어떤 디자인을 할지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고 UIUX를 해야겠다 생각했다.
늦었다고 생각을 했던 것인지, 1년 간의 비인간적인(?) 졸전이 끝났지만 쉬지않고 바로 관련 경험을 쌓으려고 했다. 물론 20년도에 한 번 휴학을 하면서 온전히 쉬었기 때문에 더 이상 쉬지 않아도 됐던 걸 수도…
그렇게 23년도 1월 인턴이 되었고 7월 정규직으로 전환된 후 24년 4월말인 지금까지 재직 중이다.

인생에서 처음 본 합격메일




문득 든 고민
그런데 오늘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난 도대체 언제쯤 성공이라는 거에 도달하고 만족을 할까?
유명 은행에서 UIUX 신규 입사자를 모집한다고 하길래 지원했다. 전형이 아주 복잡하고 형식적이었다. 자기소개서 항목을 공개하고 바로 모레 후까지 AI 자기소개를 해야 했다.
하루 24시간 중 회사에만 11시간 이상을 투자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현타(?)가 왔다. 이걸 어떻게 해..?
아니 그 전에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

지금은 성공한 게 아닌가
내가 아주 이상적으로 바랐던 회사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했고, 정규직 전환도 했다. 디자이너라는 직함으로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심지어 정규직 전환 시에는 나의 어필로 콘텐츠 디자인 위주의 부서에서 UIUX 디자인 위주의 부서로 이동했다. (나의 이동과 동시에 팀원 한 분도 나와 스위치되었다. 그 분도 UIUX에 뜻이 있으셨던 걸로 안다.)

UIUX 디자이너였으면 베스트였겠다만은

워라밸은 별로지만 분위기가 매우 수평적이라 의견을 다양히 낼 수 있다. (물론 설득시켜야 함 ㅋ)
디자이너로서 내가 지키고 싶은 자존심은 명확하다. 누군가의 손같은 존재가 되지 말자. 그런 의미에서 이 곳은 낫배드한 곳이다. 근데 만족을 하지 못한다.

대기업에 간다면 성공한 인생인가
돈을 더 많이 받으면 그제서야 만족을 할까? 유명 은행에 지금보다 두배에 달하는 연봉을 받으며 일한다면 불만이 사라질까?
소위 말해 ‘금융 치료’라는 말이 있듯 누군가는 Yes라 대답할 것이다. 그런데 나는, 글쎄.
보수적인 집단에서 내 디자이너로서 자존심이 짓밟힐 게 분명하다. 원하는 방향을 위해 상상력을 펼치기 어려울 거고, 까라면 까야 할 거고, 선배들에게 과하게 맞춰줘야 할 것이다.
논리적인 일 처리를 좋아하는 내가 과연 만족할까?



나는 매 번 그 나이 때 해야 할 일을 나름 열심히 했다
처음으로 학업과 미래에 대한 목표라는 게 생겼던 게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심화 기숙사에 들어가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첫트에 성공하지는 못했고 아깝게 떨어졌지만, 얼마 후에 티오가 나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결국에는 목표 달성을 한 것.

유명 미대를 가겠다는 목표를 세워서 눈물의 미술학원 라이프도 지냈다. 애매한 성적이었지만 여러 서포트를 받았던 나는 국내에서 미술로 가장 명성있는 대학에서 면접도 봤다. (결국 안됐지만 별로 슬프진 않았다. 내 목표가 꼭 그 대학이어야만 하는 건 아니었나보다.)

마지막 희망이라 생각했던 대학이 떨어졌을 때 그 때는 눈물이 났다. 입시 극후반부가 돼서야 겨우겨우 대학에 합격하고 나니 그 때는 진짜로 기뻐했던 것 같다. 내가 드디어… 대학을 간다…하면서. 그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불합격하고 기분 전환으로 그렸던 토매토 대공개


나는 언제부터 쉽게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는가
그런데 이후에 선생님들을 뵈러 고등학교에 갔을 때, 나를 꽤나 신경써주시던 영어 선생님이 하셨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내 대학이 아쉽다고 하셨다.
난 그 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겨우 입시를 끝내고 정말 뿌듯하고 행복했었는데, 아쉽다고 하셨다. 아 나는 여기서 기뻐하고 만족하면 안되나? 그 때부터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나는 목표를 달성했을 때 그 성공의 기쁨을 온전히 표현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어느샌가부터 이루기 전까지는 꿈이고 목표인데, 이루고 나면 그저 그냥 당연한 일이 되어버린 것 같다.
나를 아꼈던 선생님이었기 때문에 하신 말씀이었을테니 탓하고 싶지는 않지만, 글쎄 나는 그 이후로 나의 장점이었던 ’자신감’을 잃어갔던 것 같다.

기가 죽어버린 나
잘 해보려고 해도 재능의 벽을 넘을 수 없는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도 우등생은 아니었다.
내가 하는 작업에 자신감도 애정도 없었던 것 같다.
졸업을 앞둔 때 진로를 결정하고 나는 아직 부족한 게 너무도 많다는 생각에 일단은 남들이 하는대로 따라하려고 했다. 사람들 다 하는 거 그것 마저 안하면 뒤쳐진다고 생각했다.



현재 내 상태
난 아마 워라밸, 연봉보다는 커리어 패스를 중요시하는 것 같다. (커리어 성장을 위해 중견기업 그래픽 디자이너 자리를 포기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워라밸과 연봉에 대한 만족도가 낮다보니, 자꾸 불안해서 엉덩이를 들썩거리기만 한다.
추가 근무 수당이 연봉에 포함된 포괄 임금제,
야근을 당연시 하는 분위기,
사업에 성과가 나긴 할지 걱정되는 스타트업,
데이터 드리븐이 아닌 대표님 드리븐(?)의사 결정…
결과적으로 이도저도 아닌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결론
이제는 남들이 다 하는 것만 똑같이 다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결국에는 나만의 차별점이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성공의 기준을 만들어야겠다는 것이다. 대신 커리어와 관련없는 진짜 ‘내 인생에서의 성공’으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단순하게만 생각했을 때, 난 네이버 정도에 입사하면 정말 커리어적으로는 고민이 안 생길 것 같다.
근데 성공의 기준을 ‘네이버 입사’라고 두면 네이버에 입사하지 못하면 난 실패한 인생이 되는 거다.
내가 어떤 집단에 들어갈 것인지를 기준으로 두지 말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를 기준으로 생각해야겠다.
나의 상태가 곧 성공의 기준이 된다면, 내가 어디에 속해있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

긴 글을 쓰면서도 무엇을 기준으로 삼을지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게 없지만 차차 고민해봐야겠다.
떠오른다면 그 기억이 휘발되기 전에 즉시 기록해야겠다.